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

- 우종학 교수 인터뷰

최초입력 2017-12-06 15:05

최종수정 2017-12-06 15:07


 

 
올가을 한동대 안팎은 창조과학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도화선이었다. 박 전 후보자가 “지구의 나이는 신앙적 나이와 과학적 나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지구의 나이’를 둘러싼 논란이 촉발됐다. 창조과학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 역시 증폭됐다. 결국, 박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귀결됐으나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동대와 창조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은 한국창조과학회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교내 창조과학연구소는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창조과학자로 알려진 이들을 초빙하여 특강을 주최했다. 2013년에는 창조과학 국제학술대회가 한동대에서 이틀간 열리기도 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는 ‘지구의 나이’ 논란 이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창조과학에 날 선 비판을 이어왔다. 동시에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쪽으로부터 거센 비판에 시달렸다. 우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창조과학 논쟁과 한동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0월 28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내 직업은 과학자, 정체성은 그리스도인
 
 
Q 최근 한국 사회가 창조과학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내 직업은 과학자이고,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이다. 그런 입장에서 박성진 전 후보자를 보면 상당히 씁쓸하다. 일단 과학자로서 볼 때, *지구 6,000년 설은 너무나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박 전 후보자가 지구 6,000년 설을 주장하는 밑바탕엔 신앙이 있었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Q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첫 번째는 성서신학적인 비판이다. 성경은 수천 년 전에 다른 언어로, 다른 문화권에서 쓰인 책이다. 그래서 성경책을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없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하늘이 대기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는 해석이 들어가야 한다. 성경의 목적과 대상, 그리고 그 대상이 갖고 있었던 문화적인 양식이나 상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이건 성서신학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성경에 쓰여 있는 대로 과학 교과서처럼 믿고 문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성서신학자들이 비판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조과학의 **젊은 지구론은 성서신학자들에게 상당히 비판을 받는다.
 
두 번째는 근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성경으로 돌아가고, 근본적인 것을 지켜야 한다는 정신은 좋다. 문제는 너무 극단으로 간 거다. 본인들이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아니면 다 틀렸다’고 하는 굉장히 경직된 태도다. 독선은 용납하기 어렵다.
 
 
성경은 창조의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Q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을 과학책처럼 읽는 것 같다.
 
성경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문학적 장치들이 들어가 있다. 성경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과정을 신학적 메시지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성경을 과학적 언어로 읽으면 절대 안 된다. 과학적 언어로 읽으면 문자적 표현 안에 하나님을 가두게 된다. 창조과학자들은 성경의 근본을 지킨다고 하면서 거꾸로 성경 텍스트를 약화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창조를 과학적으로 입증해보겠다는 접근 자체가 신학적으로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다.
 
Q 창조과학자들은 ‘진화론과 성경은 양립할 수 없다. 그래서 진화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창조과학자들이 진화과학을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성경의 문자적인 표현이 진화론과 반대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성경이 진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방법을 기술하지 않는다. 성경은 창조의 방법에 관심이 없다. 어느 정도 비유적인 표현들을 포함하여,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창조의 역사를 담은 거다. 그 표현들을 구체적인 과학적 기술이라고 읽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성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방법을 알려주려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경에 안 나와 있으니까 하나님이 진화를 사용했을 수는 없다’는 말도 전혀 근거가 없다.
 
 

 
 
창조과학자들에게 제대로 된 비판 받아본 적 없다
 
 
Q 일각에서는 ‘성경을 부정한다’며 교수님을 비판한다.
 
인격 모독과 신앙에 대한 정죄 말고,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비판을 받아본 적이 없다. 유명한 무신론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성경은 파이값도 못 맞힌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쓴 책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에서 무신론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 사람이 얼마나 성경을 모르는 거냐. 성경은 수학책도 아니고, 파이값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이런 비판은 말도 안 된다’라고 썼다. 그런데 창조과학자가 이를 두고 내가 ‘성경은 파이값도 못 맞힌다’고 말한 것처럼 썼다. 그리고 ‘우종학 교수는 성경을 상대화시키고 성경도 믿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건 글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일부러 그런 거다. 읽다가 오해해서 그랬든, 의도적으로 했든 이건 비판이 아니다. 인신공격이다. 창조과학 신봉자들이 나를 비판하는 내용이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닌다. 주기적으로 검색하는데 대부분 내용 파악을 못 하거나 왜곡하는 이야기들이다. 진화적 창조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비판하면 좋겠다.
 
 
창조과학은 한동대가 벗어나야 할 우물
 
 
Q 한동대에 강연하러 오실 생각은 없는가.
 
2015년에 총학생회에서 초청한 적이 있었다. 초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초청 행사는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가 왜 그런지 물었더니, ‘총학생회 전체 회의를 했는데 여러 가지 반대 의견이 있어서 취소하게 됐습니다’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외부 압력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학생은 ‘외부 압력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학교의 압력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취소했으면 더 큰 문제다. 학생들끼리 회의를 하다가 ‘우종학 교수를 초청하면 한동대에 위험할 수 있겠다’고 초청 행사를 취소하는 게 말이 되는가. 한동대는 대학이고, 대학은 학문의 성지다. 자유롭게 사상들을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바를 펼치고, 토론하고,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 검토하는 곳이 대학이다.
 
 

 
 
Q 한동대에 ‘창조와 진화’라는 교과목이 있다. 창조과학 특강이 열리기도 했다.
 
‘우리는 일반 세상과 다르게 창조과학적인 관점을 가르친다’. 이게 문제다. 한동대 안에는 끈끈한 사제관계나 신앙적인 공동체와 같이 기독교적인 문화가 있다. 공동체 안에서 기독교적인 문화에 노출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문화는 문화일 뿐이다. 가르치는 내용이 기독교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창조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과학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인문계 학생들은 과학 과목을 대학에서 보통 한 번 듣고 졸업한다. 대학에서 제대로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창조와 진화’라는 수업과 창조과학자의 강의를 듣는 것은 불행인 데다 학교의 무책임이다. 한동대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과학교육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도 비판적 사고를 한다.
 
Q 한동대 학생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넓게, 멀리 보면서 우물 안을 벗어날 생각을 해라. 우물 안에 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물 밖을 볼 생각을 하기 바란다.
 
 
*지구 6,000년 설: 창조과학의 대표적인 주장으로,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창조 역사와 등장인물의 족보를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합산하여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지구론: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지구의 나이가 6,000-12,000년이고 최초의 6일 동안 모든 창조가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허윤 기자 h12h13@newdam.com
박다운 사진기자 wooniya@newd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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