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를 거부합시다


 

“관례적으로 전대 총학들도 학기가 바뀔 때 변경되는 국장단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동대 백이삭 총학생회장의 말이다. 총학생회는 집행부 회칙 24항을 어겼다. 총학생회가 전임 국장을 보내고 새 국장을 앉히는 데도 절차가 있다. 24항은 그 내용을 담는다. 핵심은 국장 자리에서 누가 떠나고 누가 새로 왔는지 전학대회에 보고하는 거다. 총학생회 집행부 국장이면 나라로 치면 행정부처의 장관쯤 될 터이니, 의회가 장관이 누군지 알아야 하는 것처럼 다른 학생 대의기구도 마땅히 누가 국장자리에 앉아있는지 알아야만 한다. 하늘은 이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누가 국장을 맡고 있는지 혼자만 알고 있었다.

 

하늘의 회칙 위반은 총학생회의 신임 국장들을 정당성 없는 국장으로 만들었다. 어디에도 보고되지 않은 국장을 학생 사회는 신임할 수 없다. 학기가 끝나가도록 ‘유령국장’이 총학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총학이 국장을 몇 번을 바꿨어도 확인할 길은 없다. 총학 임원은 장학금을 받는데, 이런 식이라면 과거 터졌던 장학금 부정 수령이 재발할 수 있었다. 현재 누가 국장을 맡는지도 모르는데 장학금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여러모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더 심각한 건 총학생회장의 인식이다. 회칙 위반은 관례였다는 핑계를 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얘기를 잠깐 하자. 박근혜 게이트 이전부터 우 전 수석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가족회사 ‘정강’과 코너링 좋은 아들 덕분이었다. 야당은 우 전 수석을 국감장에 세우길 원했다. 떠도는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야당은 지난달 말, 우 전 수석을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장으로 부른다. 우 전 수석은 출석을 거부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민정수석의 국회출석은 ‘관례’가 없다며 불출석을 정당화했다. 야당은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은 국감장에 3번이나 출석했다며 맞받았지만 소용없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비겁했다. 관례는 마땅한 이유가 없을 때 내세우는 땜질 논리다. 관례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딱히 출석을 거부할만한 묘안이 없자 궁여지책으로 관례라고 강변했지만, 그 관례가 왜 지켜져야만 하는가에 대한 주장은 없었다. 그저 관례라는 것만 강조했다. 갖은 의혹이 쏟아지던 상황에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보다 관례를 지키는 게 중요했을까.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회칙 위반을 보는 총학생회장의 생각 또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인식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쩌면 더 암담한 것인지도 모른다. 청와대와 여당은 뾰족한 수가 없어서 꺼내든 논리가 ‘관례’였다. 의도는 불순하나 전략적 선택이었던 게다. 하늘은 달랐다. 회칙의 중요성마저도 인식하지 못한 채 관례라는 말을 꺼냈다. ‘생각 없음의 결과다. 하늘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예부터 하던 대로 했다.

 

하늘은 고루한 관례를 따르다 정당성 없는 국장을 만들었고 학생 정치를 훼손했다. 하늘은 이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회칙 위반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간 소홀히 넘겼던 회칙도 재확인해야 한다. 오로지 책임지는 모습만이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구별되는 길이다.

 

이한종 편집국장 onebell@newdam.com

 

 

posted by 뉴담 Newdam